어제는 아내와 함께 교보문고에 다녀왔습니다. 특별히 어떤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가진건 아니었지만, 서점에 도착하니 아내와 전 자연스럽게 각자의 관심사를 따라 각자 책을 둘러보게 됐습니다.
청소년 단체에서 일하는 아내는 역시 관심사가 아동/교육 도서와 수필집 쪽에 있더군요. 전 물론 컴퓨터 과학과 사회 과학 코너 쪽으로 발길이 향했지요.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의 공동 관심사가 아주 없던 건 아니었습니다. 만화책 코너는 우리 부부를 하나로 묶어주는 큐피트였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세계화는 여행자의 짐가방의 무게를 줄여준다는 것입니다. 얼마전 뉴욕 맨해튼에 있는 (비교적)대형 서점에 갔다가 책을 많이 사오지
못하고 나와 미련이 많았었는데, 우리나라 서점에서도 그대로 그 책들이 다 있는 것이었습니다. 가격 차도 1~2불 정도밖에 안하니, 만약 그 때 그 책들을 모두 사 왔다면 애꿎은 짐가방 무게만 늘렸을 겁니다.
이 생각을 하며 외국 서적의 컴퓨터 과학 코너와 우리나라 서적의 컴퓨터 과학 코너를 비교해 보니 약간의 섬찟함을 느꼈습니다. 단단한 기초에서부터 고급 응용 분야에 이르는 책을 구비해 놓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 나라는 기초서 또는 바이블류의 사전 외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초서나 바이블류가 다를 바가 없는 것은 양이 아닌 그 내용의 깊이입니다.
전담 편집자와 해당 분야의 전문 감수팀이 개발자의 집필을 돕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개발자 혼자 컨텐츠의 구성부터 집필, 감수, 검증까지 하는 1인 특공대 체제로 일을 합니다.
잘 짜여진 축구 팀처럼 공격수는 저자가 맡고, 편집자는 미드 필더, 감수팀과 기타 디자이너, 마케터들이 수비수와 골키퍼를 맡으며 팀이 경기를 하는 것과 혼자서 수비수부터 공격수까지 하는 경기는 결과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고보니 소프트웨어 개발도 마찬가지군요. 아키텍트, 개발자, QA 등의 역할이 잘 정리되어 있는 서구의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와는 달리 한국의 대부분 업체에선 이 모든 것을 개발자 혼자 처리를 하는 분위기입니다. 아키텍트와 QA 역할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으므로 대부분은 개발자 역할 말고는 이들 역할에 소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이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역할에 집중을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야기가 좀 번졌네요. 잘 데이트를 해놓고 괜히 속이 상했네요. ^^
세상이 어찌 돼도 전 저대로 즐프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