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인재를 관리하기 위한 세 가지 중요 지침
류한석(피플웨어 운영자) 2006/05/06
알고 지내는 어떤 회사의 간부가 내게 이런 불평을 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부하 직원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윗사람의 의도는 부하 직원에 의해 ‘자동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그 간부는 자신의 부하 직원들이 멍청하다며 내게 하소연한 것이었지만, 사실 그러한 말이야말로 스스로 “나는 부덕하며 리더의 자격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과 100% 동일한 것이다.
그 간부는 부하 직원이 해당 업무에 익숙하지도 않은 상태에서도, 작은 실수가 있을 경우 무조건 심하게 꾸짖곤 했다. 그는 그러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부하들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부하 직원은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일에 질책을 받을 경우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손자(孫子)에서도 언급되는 말이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회사의 업무란, 대개의 경우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일을 갑작스레 맡아서 해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즉 우리에게는 상당히 비합리적 상황에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만 그러한 환경적인 문제, 교육의 부족,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한계는 인정하지 않는 채로, 자신이 원하는 것만 명령하듯이 지시하는 직장 상사들이 많다. 더 나쁜 사실은 그러한 지시가 그 보다 윗사람이 던진 말 한마디에 갑자기 변경되어 버리는 경우도 흔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경우에도 물론 상황의 설명은 없다.
그러한 직장 상사의 밑에서 어떤 부하 직원이 제대로 업무를 해낼 수가 있겠는가? 실제로 그런 상황에서 부하 직원은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조차도, 마음 속으로 윗사람에 대한 불평불만을 가질 뿐 자신의 발전 기회로는 삼지 못하는 것이다.
리더는 부하 직원에게 뭔가 못마땅한 점 있다면, 먼저 자신부터 재점검해야 한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유능한 리더의 인재관리 철학
유능한 리더가 되려면, 인재를 모으고 유지하는 철학을 가져야 한다. 인재 관리의 지침에 대해 살펴 볼 요소들이 상당히 많지만, 지면의 한계가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핵심적인 사항만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인재를 모으는 지침이다. 인재를 모으려면, 리더는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찾아서 예(禮)를 다해 정중하게 자신의 일에 참여할 것을 청해야 한다. 인재란 결국 리더에게 없는 능력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혹시 이러한 필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만을 옆에 두고서 자신이 모든 것을 챙겨야 할 것이다. 결국 천하통일의 패업은 커녕 구멍가게를 유지하기에도 벅차다.
리더는 자신에게는 없는 능력을 가진 인재로부터 가르침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인재와 신뢰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자신보다 몇 배나 뛰어난 인재를 모을 수 있다. 만일 업무의 사소한 실수를 트집잡아 무조건 꾸짖는다면 그러한 사람의 주변에는 머슴 밖에 모이지 않을 것이다.
중국 격언에 “의심이 들면 등용하지 말고, 등용 했으면 의심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리더는 자신 스스로가 인재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재목인지, 머슴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재목인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둘째, 인재를 유지하는 지침이다. 리더는 논공행상(論功行賞)을 공정하고도 분명하게 행해야 한다. 논공행상이란 ‘공을 논하고 상을 준다’는 말이다. 논공행상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부하 직원의 신뢰를 잃게 되고 최악의 경우 부하 직원에게 배신을 당해 비참한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리고 논공행상의 공정함과 명확함은 부하 직원의 입장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리더가 자신이 논공행상을 했다고 생각하더라도, 부하 직원들이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하지 않은 것과 동일하며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사람은 자신을 인정하고 알아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그러한 깊은 신뢰로서 어려운 일을 맡아 하는 것이다. 사람은 이해관계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결국 인재를 모으고 유지하는 핵심은, 인재의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그가 그것을 깊이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단순하다. 하지만 자신이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넘치는 이 세상에서,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셋째, 인재를 대하는 태도의 지침이다. 리더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일상에서 부하 직원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작은 것이지만 이것 때문에 많은 리더들이 패가망신한다.
논공행상은 커녕 열심히 일한 부하 직원의 작은 실수를 트집잡아 인격적인 모독을 행하는 직장 상사들이 많다. 하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마음의 상처를 주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역사는 우리에게 언제나 교훈을 준다. 예를 들면 조조(曹操)는 “인재의 장점을 보고, 단점은 보지 않는다”는 철학으로 중국 삼국시대 위왕조를 만들었고, 뛰어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조조의 인재 철학과 큰 그릇으로 인해 주변에 인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에 삼국지의 유명한 장수로서 병사 만 명에 필적했다던 장비는 부하를 난폭하게 대한 나머지, 잠 자다가 부하의 손에 목이 잘려서 어이없이 죽고 말았다. 장비는 그렇듯 끝이 좋지 않았다.
사실 그러한 일은 작금의 시대에도 흔히 발생하고 있다. 기업인이 부하 직원을 함부로 대한 결과, 해당 부하가 중요한 기밀을 경쟁 기업에 유출하거나 또는 불법적인 행위를 폭로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목격한다. 왜 많은 리더들이 앞서 기술한 인재 관리의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대개 자신이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하며 부하 직원은 단지 자신이 명령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서 이러한 실수가 흔히 발견된다. 그런 사람은 큰 일을 행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런 식으로 행동하다가는 말년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유형의 리더는 잘 나갈 때에는 부하 직원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함으로써 상당한 권력을 누릴 수도 있겠지만,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모든 부하 직원들이 등을 돌림으로써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역사에는 그러한 반면교사들이 너무도 많다.
IT 업계의 인재 관리에 각성이 필요하다
특히 IT 업계의 사람들은 앞서 기술한 지침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IT 업계에는 부하 직원보다 나이가 어린 리더들도 많고, 흔히 아이디어로 기업이 창업되고 명운이 결정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똑똑함만을 믿은 나머지 부하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는 리더들이 많다.
어떤 중소 S/W 업체의 사장은 자신의 회사에서 자신이 프로그래밍을 제일 잘한다고 주장하며 개발자들을 공공연히 무시하였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그는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했다.
고백하건대 필자 또한 과거에 유사한 실수를 한 적이 있다. 겪어보지 않은 자가 어찌 이런 글을 쓸 수 있겠는가? 과거에 필자는 부하 직원의 실력을 공공연히 신랄하게 비평한 나머지, 해당 인재가 마음의 상처를 받고 IT 업계를 떠나기도 하였다. 몇 년이 지난 후 깨닫게 되었지만, 지금도 깊은 사죄의 마음을 갖고 있다. 조금 높은 지위에 있다고 해서, 내가 누군가를 재단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닌데 그 때는 그것을 몰랐다.
필자가 적은 내용들이 비난 IT 업계에만 국한되는 내용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역사가 짧고 그로 인해 바람직한 전통이 부족한 IT 업계에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인재 관리의 기본조차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 또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부족한 사람이지만, 이 업계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을 갖고서 관련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필자는 아직 그리 대단한 일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인재를 모이고 있으며 가시적인 성과를 맛보고 있다. 그것은 독불장군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대단한 결과를 가져다 준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기쁨을 맛보기를 바란다.
zdnet에 연재되는 류한석님의 컬럼(원본:http://www.zdnet.co.kr/itbiz/column/anchor/hsryu/0,39030308,39147265,00.htm)을 퍼왔습니다.
답글삭제저도 당해보고, 겪어보고, 또 실수했던 경험들이 마음 깊이 공감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