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28일 화요일

투덜 투덜

어제는 아내와 함께 교보문고에 다녀왔습니다. 특별히 어떤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가진건 아니었지만, 서점에 도착하니 아내와 전 자연스럽게 각자의 관심사를 따라 각자 책을 둘러보게 됐습니다.

청소년 단체에서 일하는 아내는 역시 관심사가 아동/교육 도서와 수필집 쪽에 있더군요. 전 물론 컴퓨터 과학과 사회 과학 코너 쪽으로 발길이 향했지요.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의 공동 관심사가 아주 없던 건 아니었습니다. 만화책 코너는 우리 부부를 하나로 묶어주는 큐피트였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세계화는 여행자의 짐가방의 무게를 줄여준다는 것입니다. 얼마전 뉴욕 맨해튼에 있는 (비교적)대형 서점에 갔다가 책을 많이 사오지
못하고 나와 미련이 많았었는데, 우리나라 서점에서도 그대로 그 책들이 다 있는 것이었습니다. 가격 차도 1~2불 정도밖에 안하니, 만약 그 때 그 책들을 모두 사 왔다면 애꿎은 짐가방 무게만 늘렸을 겁니다.

이 생각을 하며 외국 서적의 컴퓨터 과학 코너와 우리나라 서적의 컴퓨터 과학 코너를 비교해 보니 약간의 섬찟함을 느꼈습니다. 단단한 기초에서부터 고급 응용 분야에 이르는 책을 구비해 놓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 나라는 기초서 또는 바이블류의 사전 외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초서나 바이블류가 다를 바가 없는 것은 양이 아닌 그 내용의 깊이입니다.

전담 편집자와 해당 분야의 전문 감수팀이 개발자의 집필을 돕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개발자 혼자 컨텐츠의 구성부터 집필, 감수, 검증까지 하는 1인 특공대 체제로 일을 합니다.
잘 짜여진 축구 팀처럼 공격수는 저자가 맡고, 편집자는 미드 필더, 감수팀과 기타 디자이너, 마케터들이 수비수와 골키퍼를 맡으며 팀이 경기를 하는 것과 혼자서 수비수부터 공격수까지 하는 경기는 결과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고보니 소프트웨어 개발도 마찬가지군요. 아키텍트, 개발자, QA 등의 역할이 잘 정리되어 있는 서구의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와는 달리 한국의 대부분 업체에선 이 모든 것을 개발자 혼자 처리를 하는 분위기입니다. 아키텍트와 QA 역할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으므로 대부분은 개발자 역할 말고는 이들 역할에 소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이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역할에 집중을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야기가 좀 번졌네요. 잘 데이트를 해놓고 괜히 속이 상했네요. ^^
세상이 어찌 돼도 전 저대로 즐프하렵니다~

댓글 2개:

  1. 살짝 부러운 하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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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직장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은 "Universal man"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2~3년 마다 부서를 이동시키는 로테이션이 관례화되어 있었고, 관리직에서 영업직으로 영업직에서 기획이나 감사부서 등으로의 이동도 아무런 이상한 느낌없이 받아들였었죠. 그러다가 IMF가 터진 이후에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타사 전직도 한동안은 부서가 몽땅 옮겨가는 형태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특히 F/O 쪽에서 그런 일들이 많이 발생했고, 상대적으로 후선부서는 단독으로 전직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죠.



    외국의 경우, F/O가 B/O로 전직 또는 그 반대의 경우는 가뭄에 콩나듯이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 근저에는 해당 직종의 전문성의 유지가 깔려 있는 것이지요.



    전직은 어느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겠지요. 그렇지만 범용인재를 키우는 것과 전문화된 인재를 키우는 것 중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아마도 사회의 발전정도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봐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전문인재를 키워야 하는 시점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문인재를 키우려면 최적화된 조직구도 설정이 먼저일 것이고 그 조직구도 내에서 이론을 갖춘 인재를 실무에 투입하고 장기간 그 업무를 맡김으로써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경영에 관한한 전문인재주의 입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해당 분야의 전문적 의견과 일처리이지 모든 분야를 어느 정도 대충 아는 범용인재와 범용 일처리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분업과 전문화..... 이제부터가 시작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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